유럽 여행 중 감성과 여유를 동시에 느끼고 싶다면, 네덜란드의 소도시들은 그 기대를 충분히 충족시켜줄 수 있습니다. 특히 커플 여행자라면 북적이는 대도시보다는, 둘만의 시간을 조용히 보낼 수 있는 마을들이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오죠. 이번 글에서는 암스테르담에서 당일치기로 다녀올 수 있는 세 곳의 로맨틱 여행지를 소개합니다. 전통 풍차와 나막신이 반겨주는 자킨스칸스, 호숫가 마을의 감성이 녹아있는 마르켄, 항구 도시 특유의 고즈넉한 멋을 간직한 호른. 각 도시마다의 분위기와 코스, 커플에게 추천되는 이유를 세심하게 안내해드립니다.
자킨스칸스: 전통 풍차와 감성 풍경이 살아 있는 마을
암스테르담 북쪽 20km 지점, 기차로 약 30분 거리의 자킨스칸스(Zaanse Schans)는 네덜란드 전통 풍차 마을로 유명합니다. 이곳은 네덜란드 사람들이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유산 중 하나인 풍차, 치즈, 나막신, 초록 목조 주택 등이 잘 보존되어 있어 마치 과거로 시간여행을 온 듯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자킨스칸스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줄지어 늘어선 거대한 풍차들입니다. 실제로 가동되는 풍차 내부는 일부 공개되어 있으며, 내부에는 기름 짜는 풍차, 색소를 제조하는 풍차, 톱질하는 풍차 등이 있어 각기 다른 기능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특히 연인끼리 풍차 위로 올라가 마을과 운하를 내려다보는 순간은 특별한 기억이 됩니다.
산책로는 운하를 따라 이어져 있어 천천히 걷기에 좋으며, 곳곳에 사진 포인트가 마련되어 있어 커플 사진을 남기기에도 최적의 장소입니다. 또한, 나막신 박물관에서는 제작 과정을 직접 볼 수 있고, 원하는 디자인을 고르면 이름 각인까지 해주는 커스터마이징 체험도 가능합니다. 기념품으로도 손색이 없죠.
치즈 공방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고다 치즈를 시식할 수 있으며, 치즈 제조 시연도 진행되어 관람 재미를 더합니다. 자킨스칸스 마을 내부에는 전통 옷을 입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체험 공간도 있으니 커플끼리 재미있게 즐기기 좋습니다.
가을과 겨울에는 안개 낀 풍경이 더욱 몽환적인 분위기를 선사하고, 봄과 여름에는 튤립과 초록빛 초원이 배경이 되어 로맨틱한 무드를 연출합니다. 혼잡하지 않으며 공기도 맑아 힐링 여행지로 완벽한 곳입니다.
마르켄: 호숫가의 평온함과 북유럽 감성이 가득한 마을
마르켄(Marken)은 암스테르담 북쪽 약 25km 거리에 위치한 소도시로, 한때 섬이었다가 현재는 제방으로 본토와 연결된 특별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도시 전체가 에이셀호(IJsselmeer)라는 거대한 담수호에 둘러싸여 있으며, 물과 가까운 조용한 마을에서 평온한 시간을 보내기에 완벽한 곳입니다.
이곳의 주거 건물은 대부분 초록색과 검정색으로 칠해진 전통 목조 주택이며, 지면보다 높게 지어진 집들이 많습니다. 과거 홍수를 대비하기 위해 집을 높이 지은 것이 특징으로, 이러한 건축 양식 덕분에 도시 전체가 독특하고 정감 있는 분위기를 풍깁니다. 커플이 함께 걷기 좋은 좁은 골목길, 창가마다 놓인 꽃 화분, 담벼락에 그려진 민속 그림은 마르켄의 여유로운 감성을 더해줍니다.
마르켄은 사진 찍기 좋은 장소로도 유명합니다. 특히 '마르켄 등대(Paard van Marken)'는 호숫가를 따라 30분 정도 걸어야 도달할 수 있지만, 연인과 함께 걷는 동안 수면에 비친 하늘과 바람 소리만 들리는 그 길은 여행 중 최고의 순간을 만들어줍니다. 등대에 도착했을 때의 풍경은 정말 그림 같습니다.
이 외에도 마르켄에는 전통 의상 체험장과 작은 기념품 가게, 빵집 등이 있고, 여름철에는 관광객이 적당히 몰려 활기를 더합니다. 마르켄항(Marken Haven)에서는 볼렌담으로 향하는 배편도 운영되며, 호수를 따라 유람선을 즐기거나 일몰 감상도 할 수 있습니다. 도시 외곽에는 자전거 전용 도로가 잘 마련되어 있어, 커플 자전거를 타고 마을을 둘러보는 여행자도 많습니다.
호른: 대항해 시대의 낭만이 깃든 항구 도시
호른(Hoorn)은 네덜란드 북부에 위치한 역사 깊은 항구 도시로, 한때 동인도회사의 주요 거점이자 무역 중심지였던 곳입니다. 암스테르담에서 기차로 약 35~40분 거리에 있으며, 현지인들에게도 ‘한적하고 아름다운 도시’로 인기가 높습니다.
도시 중심부인 Roode Steen 광장에는 고풍스러운 시청 건물과 박물관, 그리고 수백 년 된 카페와 레스토랑이 모여 있습니다. 특히 광장 근처에는 네덜란드식 조적 건물이 아름답게 보존되어 있어, 중세의 분위기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이 거리에서 커플이 손을 잡고 산책하다 보면 마치 영화 속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을 느끼게 됩니다.
호른의 진짜 매력은 항구 주변입니다. 항구를 따라 나 있는 벤치와 산책로는 일몰 무렵이 되면 황금빛으로 물들며, 자연스러운 풍경 속에서 둘만의 감성을 나누기에 제격입니다. 역사적인 범선이 정박되어 있는 부두, 바다와 연결된 작은 수문, 그리고 오랜 역사와 함께 살아가는 도시민들의 여유로운 모습이 어우러져 전혀 인위적이지 않은 풍경을 선사합니다.
문화적으로도 풍성한 콘텐츠를 자랑합니다. 서인도회사 박물관(Westfries Museum)은 도시의 무역 역사와 대항해 시대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하며, 예술 애호가를 위한 전시회도 자주 열립니다. 호른은 단순히 ‘작은 도시’가 아닌, 스토리를 지닌 도시로 커플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문화 여행지로도 추천됩니다.
음식 또한 빼놓을 수 없습니다. 항구 주변 레스토랑에서는 신선한 해산물 요리를 맛볼 수 있고, 현지 맥주나 전통 디저트를 곁들이며 낭만적인 저녁 시간을 보내기에 충분합니다. 특히 야경이 인상적인 도시로, 저녁 시간에 강변을 걷거나 노천카페에서 음악을 듣는 것만으로도 완벽한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습니다.
자킨스칸스, 마르켄, 호른. 이 세 곳은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경험’과 ‘감성’을 동시에 제공하는 특별한 장소입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전통을 느끼고, 조용한 마을을 걷고, 항구의 바람을 맞으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이 시간은 두고두고 간직할 추억이 됩니다.
암스테르담에서 가까운 이 세 도시를 하루씩 코스로 구성하면, 바쁜 여행 중에도 여유와 감성을 회복할 수 있는 균형 잡힌 일정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번 네덜란드 여행, 단순한 관광이 아닌 ‘우리만의 기억’을 만들고 싶다면, 자킨스칸스, 마르켄, 호른을 꼭 여행 리스트에 포함해보세요.